2025-12-22

■쿠팡 美 주주도 집단소송
"늑장 공시로 주주가치 훼손"
SEC 규정 위반 여부가 쟁점
소비자 소송 맞물려 타격 클듯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미국에서 주주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그동안 개인정보 침해를 둘러싼 소비자 집단소송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시 의무 위반과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 삼는 주주들까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늑장 공시에 대해 “미국 법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쿠팡의 방어 논리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이번 주주 집단소송은 개인정보 유출 자체보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사고를 인지하고도 이를 적시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원고 측은 쿠팡이 분기보고서(Form 10-Q) 등을 통해 사이버 보안 리스크를 ‘잠재적 위험’ 수준으로만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전직 직원에 의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이미 발생한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으로 쿠팡이 미 증권 당국의 공시 규정을 위반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4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 측은 쿠팡이 사고를 인지한 시점인 11월 18일로부터 4영업일 이내 미 SEC에 공시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도 17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이번 사안은 미국 기준으로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지 않아 SEC 공시 의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주주 집단소송으로 인해 쿠팡의 판단 자체가 법원의 검증 대상에 오르게 됐다. 사고의 ‘중대성’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아니면 투자자 관점에서 판단돼야 하는지 여부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번 소송은 기존에 진행돼온 소비자 집단소송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소비자 집단소송이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다투는 반면 주주 집단소송은 기업의 공시, 재무 정보, 내부통제 실패로 인해 발생한 주가 하락과 투자 손실을 문제 삼는다. 근거 법령 역시 소비자보호법이 아닌 미국 증권거래법이다. 법무법인 대륜 관계자는 “주주 집단소송의 경우 거액의 합의금 부담은 물론 경영진 책임 문제와 SEC 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업 경영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소비자 집단소송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쿠팡의 법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법인인 SJKP는 이달 8일(현지 시간) 쿠팡 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했으며 소송 참여 인원은 나흘 만에 20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법무법인 청, 지향 등 다수의 법무법인이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성우린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소비자 집단소송이, 미국에서는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 집단소송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주주 소송의 경우 보유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구조여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천문학적인 손해액이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주가 하락이 발생한 만큼 주주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주 집단소송과 소비자 집단소송이 맞물릴 경우 쿠팡은 법적·재무적 측면에서 상당한 위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성 기자(utility@sedaily.com)
[기사전문보기]
패소땐 천문학적 배상금…불붙는 법적 리스크에 쿠팡 '사면초가'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엔터테인먼트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