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인지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피해자 구제안을 내놓지 않는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5일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법무법인을 통한 소장 제출이 잇따르는 등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3일 법무법인 대륜에 따르면 미국 현지 협력 로펌 SJKP LLP가 진행중인 쿠팡Inc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3900명이 넘게 참여했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 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SEC 규정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경우, 기업이 사이버 보안 사고를 ‘중대하다’고 판단한 날로부터 4영업일 내에 공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 측이 사고를 인지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공시가 이뤄져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고려해 공시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쿠팡이 단순히 '늑장 공시' 논란을 넘어 사태 수습보다는 법적 책임 회피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회적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과거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다른 기업들의 행보와 확연하게 대조된다는 평가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2년 화재로 인해 관련 서비스가 마비되며 피해가 발생하자, 신속히 피해지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SK텔레콤 역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유심 무료 교체 등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 집단 소송 등에 대비해 국내외 로펌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며 "소비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보다는 법적 대응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8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쿠팡 사태 범부처 대응 방향'을 상정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이번 TF는 단순한 사고 수습을 넘어 정보보호 인증제도 개편과 기업 책임성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적 한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안 업계 관계자는 "쿠팡 입장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는 미국 소송 방어가 최우선일 것"이라며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칫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과나 보상안 발표에는 끝까지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재현 기자(itbri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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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하는 쿠팡에 소비자 분통…집단소송 본격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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