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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빗장 풀린 리걸테크, 법률 서비스 혁신의 신호탄 될까

언론매체 세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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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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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빗장 풀린 리걸테크, 법률 서비스 혁신의 신호탄 될까

대법원, "리걸테크 작성 법률문서작성 현행법에 반하지 않는다” 첫 판결
이번 판결은 원고 기업의 승소를 넘어 법률시장의 非可逆的 변화 예고
“변협도 규제에서 벗어나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 본격화 해야”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산업의 지형을 바꿀 의미 있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박성재 로폼 법률AI센터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상대로 낸 겸직 불허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리걸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법률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가 현행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해당 서비스가 변호사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용자가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문서가 완성되는 시스템을 적법하다고 보았다. 변호사의 개별적인 검토나 수정 과정이 개입되지 않고 기계적으로 문서만 생성되는 구조라면, 이를 법률사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내용증명이나 고소장, 지급명령 등 기초적인 법률문서 작성 시장은 앞으로 리걸테크가 빠르게 점유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한 기업의 승소를 넘어, 법률시장 내 AI 기술 도입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시장의 시계는 이미 단순 문서 자동화를 넘어 ‘생성형 AI’를 통해 빠르게 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FTI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법무팀의 생성형 AI 도입 비중은 작년 44%에서 올해 87%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법률시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비가역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기초적인 문서 초안 작성이나 방대한 판례 검색 등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변호사는 고도의 법리적 해석과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치밀한 재판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다.

리걸테크 서비스를 둘러싸고 변호사단체와의 분쟁이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리걸테크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든 대한변협의 규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 대륜은 이른 시기부터 AI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관련 시스템을 실무 전반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왔다. 단순 반복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소속 변호사들이 사건의 핵심 쟁점 분석과 리스크 관리 등 본질적인 법률 서비스 역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개선해 온 것이다.

AI와 리걸테크는 변호사의 직역을 위협하는 존재라기보다, 법률 서비스의 품질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제 법조계는 기술 발전을 막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로 첫 이정표가 세워진 만큼, 리걸테크를 실무에 정착시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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