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2
![[기고] 보이스피싱 형량을 좌우하는 숨은 변수, ‘사건 병합’](/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402043922151.webp&w=3840&q=100)
안영진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어 찾아온 의뢰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하나의 범행에 가담했을 뿐인데 왜 전국 여러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냐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가 발생한 지역을 기준으로 수사 관할이 정해지는 보이스피싱 사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같은 조사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피로감도 크지만, 진짜 문제는 재판까지 각각 받게 될 경우 최종 형량이 예상보다 훨씬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상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전략이 바로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모으는 ‘병합’이다. 여러 사건을 하나의 재판에서 한꺼번에 심판받는 것이 각각 따로 선고받는 경우보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형법 제37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경합범 처리 원칙에 따른 것으로, 실무적으로는 각각 선고를 받을 때마다 전체 형량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험상 체감하는 형량 감소 효과가 약 20%에 달하는 만큼, 병합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인 셈이다.
다만 수사기관이 사건을 알아서 합쳐주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경찰 단계에서는 관할권 문제로 인해 병합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실질적인 병합 시도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본격화된다. 이때는 단순히 서면을 제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담당 검사실에 동일 피의자에 대한 여러 사건이 진행 중임을 상세히 설명한 뒤 주소지 관할청으로 사건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사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흩어진 사건의 흐름을 하나로 묶어내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지점이다.
만약 일부 사건이 이미 재판으로 넘어갔다면 더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핵심은 전체 사건의 ‘진행 속도’를 맞추는 것이다. 먼저 기소된 사건은 선고가 빨리 이뤄지지 않도록 기일을 조정하고, 아직 수사 중인 사건들은 최대한 빠르게 기소가 이뤄지도록 촉구해야 한다. 선고가 이뤄지면, 나중에 기소된 사건과의 병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건은 이 복잡한 타이밍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물론 전국에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묶는 일은 쉽지 않다. 경찰, 검찰, 법원의 각기 다른 진행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조율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적 노력을 통해 사건을 병합해냈을 때의 법적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경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건의 실질적인 형량을 낮추는 결정적인 열쇠는 수사 초기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대응 전략에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기사전문보기]
[기고] 보이스피싱 형량을 좌우하는 숨은 변수, ‘사건 병합’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엔터테인먼트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