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장세창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국내 제약산업에서 컴플라이언스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방어막 정도였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컴플라이언스는 정부의 약가 우대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재무 지표로 진화했다. 특히 신규 제네릭 약가의 기준 상한선이 기존 53.55%에서 45%로 대폭 인하되는 환경 속에서 보건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유지하는 것은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개정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고시와 약가 제도 개편안은 기업 임원진에게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직관적인 변화는 재무적 허들의 상승이다.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제약사의 혁신형 기업을 위한 R&D 투자 비율 요건이 기존 매출액 대비 5%에서 7%로 상향되면서다. 비록 3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으나 2%p의 인상은 수백억원의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R&D 예산 편성은 더 이상 연구소만의 과제가 아니다. 임원진은 3년 뒤의 법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장기 R&D 예산 수립과 파이프라인 다각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당장의 단기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3년 뒤 약가 경쟁력을 포기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과거 제약사들을 힘들게 했던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불확실성의 족쇄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 그동안은 소송이 길어지면 해당 기간이 처분일에 포함되지 않아 불안정성이 컸다. 그러나 개정안을 통해 위반 행위가 실제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도과한 행위는 심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도록 기준이 명확해졌다. 이는 장기 계류 중인 과거의 사법적 리스크를 보다 정확히 계량화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임원진은 회사가 안고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의 타임라인을 재점검하고 향후 혁신형 기업 인증 유지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사법적 방어 공간이 넓어진 점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과거에는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 혜택에서 원천 배제되는 억울한 사례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인증은 일단 유지되며, 패소가 최종 확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만 인증 취소 여지가 남는 구조로 바뀌었다. 처분의 억울함이 있다면 인증 취소의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행정 소송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임원진은 처분 수용과 소송 진행 사이에서 잃게 될 기회비용을 면밀히 따져 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법무 대응을 지시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다수 부처의 중복 제재로 인한 과도한 누적 감점 리스크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의 위반 행위를 두고 식약처와 공정위 양쪽에서 중복 처분을 받더라도 인증 심사 시에는 이를 1회의 위반 행위로 단일 산정하도록 제도가 보완됐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 발생 시 대관 및 법무 조직이 부처별 타격 분산을 계산해 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결국 개정된 규제 환경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타이틀을 잃는다는 것은 불리한 위치에서 시장 진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이제 임원진의 책상에 올라오는 컴플라이언스 보고서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지켜내는 최전선의 전략인 셈이다. 제도의 개정으로 방어권과 족쇄의 한계가 명확해진 만큼 바뀐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기업만이 다가올 대격변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다.
이동오 기자 (canon3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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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제약 규제 환경…'혁신형 기업' 사수 위한 제도적 시사점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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