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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9
![[인터뷰] “해외로 새는 3조 원, ‘첫 접점’이 열쇠”](/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1029071245409-75e0144514578f9c.webp&w=3840&q=100)
-외국 로펌에 3조 이상 흘러···“해외 활동 늘수록 유출도 커진다”
-“해외 사무소 상당수는 연락책···계약 단계부터 한 팀이어야”
해외로 빠져나간 법률서비스 비용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기업 등이 외국 로펌에 지급한 비용은 약 21억5,000만 달러(약 3조1,000억 원)로 처음 3조 원을 넘었다. 같은 해 한국 로펌이 외국에서 받은 돈은 약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에 그쳐, 법률서비스 수지는 11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 로펌 서울사무소에 낸 비용은 이 집계에서 빠져 있어 실제 격차는 더 클 수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팔아 번 외화의 일부가 변호사 보수 명목으로 해외에 나가는 셈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이 커질수록 이 금액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무법인 대륜 김국일 대표가 뉴욕 맨해튼에 협력 로펌 SJKP를 두고, 한국·미국 변호사가 사건 접수 단계부터 한 팀으로 움직이는 체계를 짠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그는 "돈은 사건이 처음 도착한 곳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한국 기업이 외국 로펌에 내는 돈이 3조 원을 넘는다는 집계가 있다. 이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A.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비용은 한국 기업의 해외 활동 규모에 비례해 증가한다. 해외에 공장을 짓고, 현지 기업을 인수하고, 현지 업체와 합작을 하면 그때마다 계약서가 생기고 인허가와 규제 대응이 따라붙는다. 분쟁이 생기면 소송이나 중재까지 간다. 대미 투자가 확대되고 통상 환경이 불확실해진 지금은 이 수요가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늘어난 법률 수요가 어디로 가느냐다. 해외에서 새로 생기는 일은 대부분 현지 법을 기준으로 처리되고, 그 일을 맡는 쪽은 현지 로펌이다. 지금 구조가 그대로면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활동을 키울수록 외국 로펌에 나가는 돈도 같이 커진다. 금액 자체보다 이 구조가 더 큰 문제다.
Q. 국내 로펌들도 뉴욕과 워싱턴 등에 해외 사무소를 꾸준히 열어 왔다. 그런데도 해외에서 생기는 일이 현지 로펌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사무소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자격 문제가 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미국법 자문을 할 수 없다. 사무소가 사건을 받아도 현지법 쟁점은 결국 현지 로펌에 다시 맡겨야 한다. 이 경우 사무소는 연락책 역할에 머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계약서에 있다. 해외 계약서에는 이 계약을 어느 나라 법으로 해석하고, 분쟁이 생기면 어디서 해결할지를 정하는 조항이 들어간다. 미국 기업과 합작 계약을 맺으면서 뉴욕주법을 적용하고 뉴욕 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면, 나중에 분쟁이 터졌을 때 한국 로펌이 들어갈 자리는 크게 줄어든다. 한국 기업은 상대방이 쓴 계약서를 받아 고치는 입장일 때가 많아서 이 조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법률 비용이 어디로 갈지는 분쟁이 생긴 뒤가 아니라 계약서를 쓰는 단계에서 갈린다. 거꾸로 말하면, 이 단계에서 변호사가 들어가면 바꿀 수 있다.
연락책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의뢰인은 한국 변호사, 해외 사무소, 현지 로펌을 차례로 거치면서 같은 사건을 단계마다 처음부터 설명해야 한다. 단계마다 비용이 붙고, 판단이 어긋났을 때 책임 소재도 흐려진다. 시차가 있는 해외 사건에서 연락 단계가 늘어나면 대응 속도도 느려진다.
Q. 대륜은 뉴욕에 협력 로펌 SJKP를 두고 있다. 일반적인 해외 사무소와 무엇이 다른가.
A. 미국법 자문이 가능한 미국 변호사가 같은 사건의 같은 팀에 있다는 점이다. 연락책을 거쳐 일을 넘기는 구조가 아니라, 사건이 들어오면 한국 변호사와 미국 변호사가 같은 자료를 보면서 쟁점을 정리한다. 한국 쪽에서 사업 배경과 한국법상 쟁점을, 미국 쪽에서 현지법 쟁점을 맡고, 전략은 처음부터 같이 세운다.
계약서 단계부터 함께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준거법과 분쟁 해결 조항은 서명 전에 검토해야 의미가 있다. 최근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 지분을 인수한 뒤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해 현지 법원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에서도, 계약 검토 단계부터 반소 전략 수립까지 한 자리에서 진행했다. 의뢰인은 사실관계를 한 번만 설명했고, 같은 문서를 단계마다 다시 검토하는 일이 없었다.
Q.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생기는 일을 맡기는 경우는 어떤가.
A.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이 대상이다. 이런 기업이 한국 소송에서 가장 많이 오판하는 지점이 증거다. 미국에는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의 문서를 광범위하게 받아볼 수 있는 증거개시(Discovery) 제도가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 한국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 사실조회 같은 제한된 수단으로 증거를 확보한다. 상대방 문서를 받아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소송을 시작하면 증거가 부족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증거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본국 쪽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가 함께 이 설계를 해주면 외국 기업에게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
Q. 한국 로펌이 해외 사건의 첫 접점에 서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나.
A.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해외 계약 협상 단계에서 변호사를 쓰는 관행이다. 지금은 계약서가 거의 완성된 뒤에야 검토를 맡기거나, 분쟁이 터진 뒤에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준거법과 분쟁 해결 조항은 협상 초기에 다뤄야 바꿀 여지가 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계약 전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비용 구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Q. 해외 사무소를 내려는 로펌이 늘고 있다. 대륜이 성과로 삼는 기준은 무엇인가.
A. 사무소 수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문제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전화하는 곳이 되었는가를 본다. 미국 거래처에서 갑자기 계약 해지 통보 메일이 왔다고 하자. 한국 담당자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곳에서 쟁점이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대응할지, 현지에서 누구를 붙일지가 정해진다. 그 전화를 한국 로펌이 받으면 사건의 설계와 한국 쪽 업무가 국내에 남고, 외국 로펌으로 넘어가는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한 건은 작아도 쌓이면 나라 밖으로 새던 외화를 붙잡는 일이다. 사무소 간판은 돈이 있으면 걸 수 있지만, 그 첫 통화를 받는 자리는 사건 결과가 쌓여야 얻는다. 돈은 사건이 처음 도착한 곳을 따라가고, 그 자리에 서는 것이 저희가 하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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