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두고 게임산업법의 변화를 바라는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2006년 법이 제정됐을 당시 게임을 '규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봤다면, 이번 개정안은 게임을 창작물로 인정하고 '문화와 진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제도가 급변하는 과도기는 기업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타 법령과의 충돌이나 해석의 모호함이 여전히 법적 공백이나 리스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자율등급분류 확대와 청소년보호법 사이의 충돌이다. 개정안은 민간 자율등급분류의 범위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7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결정)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권한을 국가기관(청소년보호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기업이 개정된 게임법에 따라 자체 등급분류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더라도 사후적으로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나 등급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책임은 오롯이 기업이 떠안게 되는 이중 규제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사행성 판단 기준의 변화도 유의해야 한다. 기존 게임법이 모든 게임을 통합해 규제했다면 개정안은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특정 장소형(아케이드) 게임'으로 분리해 규제 체계를 이원화했다. 사행성 우려가 높은 아케이드 게임은 엄격히 관리하되 디지털 게임은 상대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디지털게임이라 하더라도 고스톱·포커류와 같은 사행행위 모사 게임의 정의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 RPG나 캐주얼 게임이더라도 확률혈 아이템 연출이나 미니게임 방식이 도박을 모사한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 대상인 '사행행위 모사 게임'으로 분류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디지털 게임에 적용되던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이 삭제된 점 역시 기회인 동시에 함정이다. 개정안은 디지털 게임에 한해 경품 제공을 허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핵심은 환가성(현금화 가능성)이다. 지급된 경품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순간, 이는 도박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은 법적 분쟁에 대비해 철저한 예방은 물론 고의 및 귀책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치밀한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자율등급분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사내에 자체 등급분류 심의위원회 등을 상설화하고 그 논의 과정을 상세한 회의록으로 남겨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준을 준용해 치열하게 검토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의 주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사행성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확률 검증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서버 로그와 연동해 관리해야 한다. 특히 론칭 전 BM(수익모델) 구조에 대해 외부 로펌이나 전문기관으로부터 해당 시스템이 사행행위 모사 게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 의견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이는 향후 기업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항변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된다.
마지막으로 경품 환전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는 약관에 금지 조항을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품으로 지급된 아이템을 계정에 귀속시켜 거래를 원천 차단하거나 사용처를 제한하는 등의 기술적 락인(Lock-in)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환전 시도 계정을 제재한 운영 조치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생산한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행성 방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이 산업의 변화를 인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규제의 울타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동시에 기업 스스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전략만큼이나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객관적인 데이터와 문서화된 입증 자료를 준비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규제 전환기를 맞이한 게입 업계의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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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서 문화로'…게임법 개정안, 기업이 챙겨야 할 리스크 관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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